누가 처음으로 역사를 썼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후세에 전해진 가장 오래된 역사서를 집필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뿐이다. 대부분의 서구 지식인들은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시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헤로도토스가 B.C 425년 무렵에 쓴 [역사] 를 최초의 역사서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헤로도토스가 최초의 역사서를 썻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학자들은 헤로도토스가 아니라 투키디데스를 “역사 서술의 창시자"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역사의 창시자를 달리 판단한것은 역사를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사유능력이 뛰어났다. 반면 투기디데스는 사실을 검증하고 해석하고 분석하는 솜씨가 빛났던 차이점 에서 두사람은 다르게 평가받는다. 두사람이 역사를 쓴 목적은 비슷하지만, 역사 서술의 대상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페르시아 전쟁 때에 헤로도토스는 ‘세계사" 를 썼다. 페르시아 전쟁은 그리스와 페르시아라는, 그가 알던 세계와 인류전체가 휘말려든 국제전쟁이었다. 반면투키디데스는 ‘세계사' 가 아니라 ‘그리스 민족사' 를 썼다. 두 사람은 왜 역사 서술의 대상을 다르게 설정했을까? 헤로도토스는 세계주의자였고 투기디데스는 민족주의자여서 그랬던것이 아니다. 그들은 직접 체험한 사건을 기록하고 서술했을뿐, 세상을 보는 관점과 철학의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전쟁을 다룬게 아니었다. 역사가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건을 선택해서 의미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어떤 사건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 직접 체험한 전쟁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사건은 달리 없을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할 것은 서술 대상의 차이가 아니라 역사의 사건을 서술하면서 취한 두역사가의 태도일것이다. 그러나 이 둘이 어느 한쪽으로 감정적으로 편들었다면 사실을 편향되게 기록하고 해석했을 것이고 두 역사 모두 인류의 문화 자산이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는 신화, 전설, 민담, 소문, 목격담을 들은 그대로 옮긴 이야기가 태반이다. 그럼에도 헤로도토스의 [역사] 가 최초의 역사서로 인정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그가 오로지 사실로만 적어서가 아닌 모든 이야기를 사실로 뒷받침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는점에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헤로도토스는 믿을 만한 매우 정확한 사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들을 적극 활용해서 [역사] 를 써냈다. 그리고 헤로도토스는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쓰며 고수하는 원칙은 여러 민족들의 전승을 내가 들은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다.” “ 나는 들은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말은 책(역사) 전체에 적용된다. 투키디데스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에서 “세부 사항을 다믿기는 어렵다" 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정보의 진위와 가치를 검증하는 데 헤로도토스보다 훨씬 더 큰 정성을 들였다. 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의 목격담과 전언은 다른 정보와 비교 검토한 다음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것을 채택했다. 하지만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매번 밝혔던 헤로도토스와 달리 투기디데스는 이야기를 전해 준 사람을 명시 하지 않았다. 사실을 다루는 태도의 차이는 연도 표시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역사] 는 사건의 선후를 알수있지만 사건의 발생연도, 시기에 대한 표시가 없어서 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는 시간의 흐름을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물론 발생시점이 단번에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시간의 개념을 투키디데스가 더 명확히 기록했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역사를 서술할때 부딪히게 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여러면에서 보여주었고,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그 문제들을 해결했다. 후대 역사가들은 더 나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둘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역사 서술서 [역사] 와 [펠로폰네소스] 는 문명이 발전해도 전쟁과 내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누군가는 헤로도토스 와 투키디데스의 책을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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