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케가 문서보관소를 순례하며 과거를 ‘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려고 애쓰던 바로 그 시기쯤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른 시선으로 역사를 들여다본 사람이 있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인 대상은 지나간 시대도 그 시대를 재구성한 문자 텍스트도 아니었다. 철학자의 임무는 세계를 해석하는것이 아니라 변혁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그는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무엇이며 어떤 조건을 충족할 때 사회가 질적으로 변화하는지 탐색한 끝에 인간 사회의 발전 과정 저네를 지배하는 역사법칙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프롤레타리아트가 폭력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해 계급 제도를 타파하고 국가를 소멸시킴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역사 그 자체의 종말을 실현하는 공산주의 혁명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는 바로 랑케가 베를린 대학교 교수로 부임했을때 그 교정에서 헤켈의 철학 강의를 듣던 마르크스 였다. 마르크스는 경제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혁명가 라는 칭호를 모두 붙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르크스의 말에 따르면 “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다. 자유인과 노예, 고대 로마의 귀족과 평민, 중세 귀족과 농노, 길드의 장인과 도제, 간단히 말해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는 끊임없이 대립하면서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투쟁했다. 지난 시대 역사는 어느 곳에서나 전체 사회가 완벽하게 신분으로 나뉘었고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지위의 위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공동체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가는 일찍이 없었다. 사회를 대립하는 게급의 통일체로 보고 그들의 투쟁과 그 투쟁이 초래한 사회의 변화 과정을 역사라고 할 경우, 왕과 왕조, 국가, 민족을 중심으로 서술한 그때까지의 역사는 모두 반쪽짜리가 괸다. [공산당 선언]은 역사가들의 관심 밖에 있던 노예, 농노, 노동자 를 마르크스의 표현으로는 피지배계급을 역사의 주역으로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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